<런던 올림픽 남자탁구단체 결승전>, 올드보이 삼총사의 아름다운 퇴장
, 올드보이 삼총사의 아름다운 퇴장" /> KBS2 수 오후 11시 30분
한국과 중국의 런던 올림픽 남자탁구단체 결승전은 평균연령 30대와 20대의 맞대결인 동시에 세계랭킹 10위권과 5위권 간의 경기였다. 강인한 체력과 이면타법, 고속회전력이 가미된 드라이브를 무기 삼은 중국에 대항한 한국은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10년 넘게 고수한 탁구 스타일로 결승전을 맞이했다. 유승민은 마롱의 각도 깊은 포핸드 드라이브를 자신의 주특기인 ‘맞드라이브’로 응수했으며, 세계 최강의 무게감을 지닌 장지커의 드라이브를 커트하기 위해 주세혁은 종종 카메라 프레임을 벗어나는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여야만 했다. 복식 경기에서 맏형 오상은은 묵묵히 유승민의 ‘뒤’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종 경기 스코어는 3-0. 한국은 한 경기도 따내지 못하고 중국에게 완벽한 패배를 당했다.

한국 탁구의 ‘올드보이 삼총사’가 결승전까지 가는 여정은 “사연 많은 노장들의 아름다운 투혼”을 느끼게 했다. 그렇기에 결승전은 선수의 화려한 과거와 현재의 처연한 사연이 부각되는 감상적인 ‘은퇴 경기’로 비춰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처절할 만큼 치열하게 경기에 임했고, 김택수 해설위원은 경기 내내 냉정하고 담담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경기 자체에 집중했다. 김택수 위원이 선수시절 중국과 상대한 숱한 경험들은 “백드라이브 들어옵니다”, “왕하오 선수를 의식했어요” 등의 해설로 이어졌다. 그는 옛 동료와 제자의 눈물겨운 성과를 감성적 어투와 어휘로 치하하는 대신, 패배가 거의 확정된 순간에도 공 하나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주목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한 감성에 젖는 대신 선수들이 지금 이 순간 보여주는 플레이에 열광할 수 있었다. 김택수 위원의 해설은 마지막까지 탁구선수로서 국가를 대표하고자 한 남자 단체 탁구팀의 퇴장에 걸맞은 찬사였다. 그리고, 그들은 진정 ‘선수’로서 은퇴할 수 있었다. 정말, 완벽한 은퇴식 아닌가.

글. 김기민(TV평론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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