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선장이 놓아버린 배의 결말
, 선장이 놓아버린 배의 결말" /> 마지막 회 KBS2 밤 9시 55분
열린 결말이 아니라 닫지 못한 결말이자 자충수에 발목 잡힌 결말이었다. 사실 다란(이민정)과 경준(공유)만큼 “기적”을 바랐던 건 을 지켜봐 온 시청자였다. 이미 이야기의 자기완결성을 잃은 드라마가 이해 가능한 결말에 도달하는 것이야말로 기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내 흔들리던 배가 무사히 항구에 도착하는 기적을 바랐던 이들에게 제작진은 끝내 충분한 답을 들려주지 못했다. 마리(수지)에 의해 경준과 윤재가 다시 각자의 몸과 영혼을 찾았고 사고 이후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설명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장면에서 다란과 재회한 경준의 얼굴은 우산에 가려졌다. 논리적으로 영혼이 돌아온 경준의 배우는 신원호여야 했지만 엔딩에서 공유가 아닌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나마 을 지탱해 온 유일한 버팀목을 빼버리는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란이 사랑한 것은 윤재의 몸속에 있는 경준의 영혼이었지만 시청자들이 사랑한 것은 윤재의 몸으로 경준의 영혼을 연기하는 배우 공유였으니 말이다.

초반의 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방향을 잃거나 주저앉고 마는 드라마가 비단 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끝이 아쉬운 건 이 홍자매의 작품 중에 예외적인 시도였고 ‘영혼 체인지’라는 외피 안에 나름 야심 찬 가능성이 잉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왕자가 개구리가 되거나 야수의 얼굴을 하고 있어도 그 속의 영혼을 알아차리고 사랑할 수 있는 세계, 즉 로맨스의 원형이 되는 동화의 세계가 현실과 충돌할 때, 그로부터 비롯되는 질문들은 멜로드라마의 장르적 카타르시스는 물론 로맨스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가 가능한 설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 어느 쪽도 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의 결말이 더 아쉬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다란과 경준의 사랑을 통해 기적이란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어떤 마음을 가질지 결정하는 것, 즉 의지의 문제라고 항변한 제작진이 스스로는 그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선장이 먼저 조종대를 놓아버린 배가 파도를 뚫고 항구에 정박하기란 불가능한 법이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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