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L 코리아 2 >, 야하지도 웃기지도 않았던 쇼
, 야하지도 웃기지도 않았던 쇼" />< SNL 코리아 2 > 6회 토 tvN 오후 1시
성적인 의미의 단어를 남발하고 특정한 성이 처한 상황이나 특징을 무턱대고 끌어오는 것은 ‘섹시유머’를 표방할 때 쉽게 선택하는 방편이다. ‘19세 이상’ 시청등급을 확정한 < SNL 코리아 2 > (이하 < SNL >) 역시 주저함 없이 이 길을 택했다. ‘섹시=성’이라는 아주 손쉽고 간편한 등식에 기댄 채 섹시함의 스펙트럼을 가두어버린 것이다. 그 결과 여성용품을 겨드랑이에 가져다 붙이는 패러디나 양현석의 부정확한 발음을 성대모사 해 성적 농담이라고 하는 수준밖에 보여주지 못했고, 어디서 웃어주길 바라는지 뻔히 보이는 노골적인 전개로 인해 예측 불허의 웃음은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 성이 개그의 소재가 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지극히 1차원적이었고, 웃음에 대한 이런 안일한 태도는 쇼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쉬운 길이다.

놀 판이 제대로 안 잡힌 상태에서 ‘섹시한’ 호스트 박진영도 속수무책이었다. 박진영은 감정이 몸을 통해 제대로 발화될 때 내뿜는 에너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엉덩이춤과 ‘엘리베이터’ 안무를 보이자 점잖은 종교인들이 당혹해 한다는 뻔한 연출은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조차 부자연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그나마 MBC 를 패러디한 ‘우리 재혼했어요’에서 박진영이 자신과 비슷한 40대 싱글 남성이 겪어 봄직한 에피소드를 연기하는 게 유일하게 자연스러웠다면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쇼란 말인가. 살아 날뛰는 생선의 싱싱함과 같은 열정을 숙련된 솜씨로 빠르게 포장해 낼 줄 아는 박진영이 이 쇼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화제성 강한 호스트의 활약들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 치열히 고민하지 않는 < SNL >은 여전히 난국이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이 모든 것에 대한 환기, 또 환기뿐이다.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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