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퀴즈 3>, 수사물의 기본을 바로 세울 때
, 수사물의 기본을 바로 세울 때" /> 7회 OCN 일 밤 11시
아침 드라마에 열중하던 배태식(안내상)은 한진우(류덕환)의 면박에 이렇게 대꾸한다. “인생 좀 더 살아봐라. 인간의 증오, 배신, 사랑이 드라마 안에 다 있으니까.” 어쩌면 이 대사는 1시즌부터 희귀병이라는 소재만큼이나 인간의 오욕칠정이 범죄를 부르는 과정에 주목했던 시리즈의 자기고백인지도 모른다. 당장 주인공 한진우부터 “어떻게”보다 “왜”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타입의 탐정이 아닌가. 범죄 뒤에 숨은 사연을 촘촘하게 직조하는 박재범 작가의 시선은 시리즈를 소재와 트릭에만 매몰된 수사물이 아닌 휴먼드라마로 기능하게 만드는 덕목이었다. 그러나 감성이 논리를 압도한 나머지 트릭이 허술해지는 순간, 드라마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7회 ‘Toxic Drama’는 사건 종결까지 꽤 많은 비약을 거친다. 한진우와 배태식은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단순 관련 사망자 최정미(선우슬기)의 유족 최경만(하덕성)을 주목하더니, 최정미의 방 창문에 붙은 사진과 건너편 집의 임대계약 명의를 보고 최경만이 범인일 것이란 추리에 이른다. 정황증거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부정하던 최경만은 ‘희생자들이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니’라는 한진우의 도발에 쉽게 흥분하고 금방 자수한다. 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여러 변수가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복잡한 방법으로 복수를 감행해야만 했는지, 그냥 뒀으면 명확한 의도 없는 무차별 학살로 보였을 연쇄살인을 왜 굳이 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답시고 연결고리를 만들었는지는 별다른 설명 없이 지나간다. 딸과 제 때 화해 못한 아버지의 부정이라는 범행의도는 너무 쉽게 밝혀진 반면, 극 전체를 이끌고 가던 배배 꼬인 트릭의 당위성은 설명에 실패한 것이다. 인간에 대한 통찰을 놓치지 않는 수사물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통찰을 말하느라 수사를 놓치는 드라마를 과연 수사물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극 말미, 배태식은 “진짜 인간의 분노, 사랑, 배신이 드라마에는 없는 거 같아서” 더이상 드라마를 안 보겠다 말했지만, 어제 에 없었던 것은 촘촘한 트릭이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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