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탈출구가 없다
, 탈출구가 없다" /> 14회 월-화 SBS 밤 9시 55분
영걸(유아인)이 가영(신세경)과 만든 YGM을 제이패션에 넘긴 뒤 GG라는 새 브랜드 런칭 과정에서 안나(권유리)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의 4각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무대 위 영걸과 안나, 게스트석 재혁(이제훈)과 가영의 시선이 복잡하게 교차한 GG 런칭쇼의 4자 대면신은 그 뒤바뀐 구도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것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14회 재혁 집에서의 네 남녀 식사 신이었다. 영걸과 안나, 재혁과 가영이 각각 짝이 되어 나란히 앉은 식탁 구도는, 8회의 고급 레스토랑 식사 신 구도와 명확한 대조를 이룬다. 생존 본능과 필요에 의해 서로를 배신하고 “등쳐먹”는 멜로 구도는 이처럼 위치를 뒤바꾸는 구도를 통해 정점에 이르게 된다.

이는 의 남녀 관계가 ‘갑을 관계’와 맞물리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사장님과 여직원 관계였던 영걸과 가영의 러브라인은, 가영이 제이패션에 입사해 재혁과 이사님, 여직원 관계가 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재혁과 안나의 이별은 해고와 동시에 일어나며, 안나는 영영어패럴 이직과 함께 사랑의 대상도 영걸에게로 옮긴다. 영걸이 가영을 “50억에 팔았”다는 재혁의 비즈니스식 표현이 말해주듯이, 마치 거래처럼 묘사되는 네 남녀의 연애는 애초에 시청자의 몰입을 차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을’ 상태에 놓인 여성 캐릭터들은 한없이 수동적인 인물로 전락한다. 영걸과 재혁이 영세업체와 대기업을 대표하며 격렬하게 대립하는 동안 가영과 안나는 사랑의 상처에 눈물 흘리는 비련의 여성에 머물러 있다. 의 4각 멜로가 재편을 거듭해도 긴장감이 살아나지 않는 건, 이 드라마의 욕망을 그처럼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어서다. 가영과 안나가 고용주 남성들의 욕망에 휘둘리는 ‘을’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러한 한계에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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