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그날>, 살며 노래 부르며 기록하며
, 살며 노래 부르며 기록하며" /> MBC 토 오전 8시 50분
17팀의 여성 뮤지션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음반과 공연을 기획했다. 메인공연 17일 전부터 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은 섬세한 관찰력을 십분 발휘했다. 인지도가 낮은 뮤지션들이 대부분이기에 비교적 유명한 호란이 나설 수밖에 없는 길거리 홍보나, 공연 전날까지 예매인원이 적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등 준비과정의 어려움이 꼼꼼하게 기록됐다. 이들이 음악 활동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요가 강사나 미술 등 다른 일을 하고,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의 앨범 제작비는 공연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당위 역시 제대로 전달됐다. 여기에 1인칭 시점으로 첨가된 내레이션은 뮤지션들에 대한 심리적 거리마저 좁히며 다큐멘터리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프로젝트의 성격과 홍대 뮤지션들의 정체성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자칫 ‘뮤지션이니까 음악을 통해 좋은 일을 한다’는 정도로 평범하게 정리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방송은 음악과 삶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차분하게 담아내면서 ‘왜 음악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여전히 스스로 하고 싶은 얘기를 가지고 있고, 그걸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계속 있고 음악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니까”(시와)라는 말,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찾아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뮤지션들의 모습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픔이 아픔으로 계속 강조가 되는 것 보다는 같이 노래를 부르고 공연을 하고 승화가 될 수 있는 축제처럼 되면 더 좋”다는 호란의 이야기를 듣기 전 이미 그 의도를 파악하게 된 셈이다. 다소 엉성한 편집도 극복하게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자세 때문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카메라 속 대상에 대한 성실한 탐구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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