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꼼수>, 100미터 전력질주 같은 첫회
, 100미터 전력질주 같은 첫회" /> 1회 tvN 월-화 밤 11시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전반전이 끝난다면 이런 느낌이 들까. 결혼을 둘러싼 남녀 간의 갈등을 그린 는 첫 회 만에 건희(강혜정)와 그녀의 회사 상사인 강재(이규한)를 적에서 전략적 동지로 만들어 버린다. 건희가 결혼이나 가족보다 일을 중요시 한다는 점, 강재가 그런 여자를 우습게보지만 일할 때는 성별이 아닌 능력을 우선한다고 자부하는 점 등은 긴 설명 없이 핵심적인 대사와 장면만으로 표현된다. 강재는 프레젠테이션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서운함을 토로하는 건희에게 “여자인 누구와 다르게 자기 실수를 남 탓하거나 변명하지 않는다”고 다그친다. 캐릭터 소개부터 위기와 절정까지, 드라마 몇 회에 걸쳐 나올 내용이 첫 회에 모두 담긴 셈이다.

이토록 숨 가쁜 전개에 무리수가 없는 건 아니다. 건희가 가족이 일보다 중요하다는 엄마 두련(차화연)과의 대화에서 갑자기 죽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까지 말하고, 상사에게 반말로 소리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당혹스러울 만큼 앞서간 감정이다. 동그란 뿔태 안경을 쓰고 동생들을 책임지는 첫째 선희(이영은)를 포함한 세 딸의 진부한 캐릭터 또한 위험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배우와 캐릭터의 만남 덕분에 당장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 정도는 가질 수 있게 됐다. 소리를 지르다 진을 다 뺄 것 같은 강혜정의 피로한 표정과 얄미운 캐릭터를 귀엽게 연기하는 이규한은 은근한 어울림을 만들어낸다. 첫 회 만에 강재와 건희가 보여줄 티격태격 로맨틱 코미디는 기대하게 만든 반면, 이야기에 대한 의구심도 남긴 . 막 출발선을 지난 이 드라마의 순항은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외에도 빠른 호흡 안에서 얼마나 촘촘하게 캐릭터의 감정선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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