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 밤 11시 5분
화제는 될 수 있지만 프로그램을 부실하게 만들 수 있는 자극적인 사연은 입에 달고 건강에는 좋지 않은 조미료처럼, 일반인이 출연하는 토크쇼에서 자주 선택하는 함정이다. (이하 ) 또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출 의상을 입는 여동생에 대한 고민을 소개하는 등 다른 일반인 토크쇼처럼 달콤한 유혹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어제 방송은 화제성에 치우친 사연에 대한 욕심을 버렸고 그 변화가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25년간 해병대 사랑을 저버리지 못하는 아빠를 둔 딸과 지구 종말론에 빠진 귀여운 동생이 걱정되는 언니, 스킨십을 피하는 아내를 둔 남편과 카리스마 없는 목소리가 고민인 선생님의 이야기만으로도 70분이 가득 채워졌고 눈살 찌푸려지는 사연이 빠진 곳에는 순도 높은 웃음이 자리할 수 있었다.

그 웃음은 고민을 구경하지 않고 성실히 들어주며 공감하는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달하는 데에 특화된 신동엽, 이영자, 김태균, 정찬우는 남에게 털어놓기 어려울 법한 고민의 무게를 덜어내고 시청자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사연을 소개한다. “나도 죽고 할머니도 죽는대”처럼 섬뜩할 수 있는 지구 종말론 신봉자 초등학생의 말도, 너무 차분하게 말하는 것이 문제였던 선생님의 이야기도 웃으며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무덤덤한 말투를 유머러스하게 살리는 정찬우와 깐족거리며 사연을 읽을 수 있는 신동엽 때문이었다. 여기에 고민을 하는 사람과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을 함께 불러 양쪽의 속마음을 물어보고 “선배로서 군기를 잡아야 하는데 어린 말투 때문에 나도 고민이었다”는 게스트 홍인규의 말까지 듣다보면 어느새 고민은 공감을 얻고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사연이 된다. 출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 이야기를 대화로 만드는 토크쇼의 미덕을 는 갖추게 됐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없어도 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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