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연애>, 환부를 조심스레 매만지는 손길
, 환부를 조심스레 매만지는 손길" /> 1-2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유명 관광지를 방문한 훤칠한 사진작가와 그를 안내하는 아름다운 관광가이드 그리고 두 사람 뒤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들. 는 그렇게 낯익은 여행지 로맨스의 완벽한 세팅을 갖추고, 그러나 그 낭만 이면의 전혀 다른 잔혹한 삶의 앵글을 포착하는 드라마다. 첫 눈에 서로에게 이끌린 것처럼 보였던 남녀 사이에 가로 놓인 것은 사실 어두운 죽음이고, 작고 고요하고 아름다운 도시는 한편으로 “소문나기 쉬운 동네”라는 폐쇄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 비극의 시작은 7년 전의 살인 사건이며, 드라마는 그 날의 비극으로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이들의 후일담을 추적해 나간다. 드럼을 치고 싶던 소년은 어쩌다 뒷모습만 찍는 사진작가가 되었을까. 그리고 그날 아빠의 범행 소식을 듣고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었던 소녀는 어찌 되었을까.

7년 뒤 윤혜(유다인)를 찾은 재광(연우진)은 그날의 연못가 앞에서 그녀에게 묻는다. “그 때 기분이 어땠어요? 안 무서웠어요?” 물속으로 가라앉던 자신을 회상하던 윤혜는 답한다. “무거웠어요. 코트가 젖어서.” 살해 용의자 아버지 때문에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잘 살아”야 했던 그녀에게도, 형을 잃고 무너지는 어머니를 보며 “형 몫까지 잘 살아”야 했던 재광에게도, 7년의 삶은 공평하게 무거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윤혜와 재광이 서로의 얼굴에서 “같은 표정”을 발견한 순간,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특수한 멜로적 상황에서 출발한 드라마는 비로소 같은 상처를 지닌 남녀의 ‘보통의 연애’를 이야기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은 그 공감과 사랑으로 인한 치유를 쉽게 말하지도 않는다. 윤혜는 죄책감을 지니면서도 아버지를 보호하려 하고, 재광은 윤혜를 믿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의 표정을 탐색하게 된다. 어쩌면 이 작품의 진정한 미덕은 바로 그 섬세한 시선과 유보적 태도 자체에 있을 것이다. 함부로 단정 짓고 단죄하며 상처를 더 키우는 현실에서, 환부를 조심스레 매만지는 손길처럼 사려 깊은 이 작품은 그래서 ‘보통의 연애’를 넘어 보편적인 치유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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