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년 코드박>, 답을 회피한 문제의 나열
, 답을 회피한 문제의 나열" /> 파일럿 MBC 화 밤 11시 15분
좀 더 참신한 형태의 다큐멘터리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MBC의 의지는 작년에 선보인 창사 50주년 특집 다큐 연작 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올해 설 특집으로 방영된 (이하 )도 그 노력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콩트를 통해 함께 살펴보는 구성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소재들을 웃음의 힘으로 돌파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늘 준수한 완성도를 담보하진 않는다. 은 제작진이 꽁트 안에 담아 낸 문제의식들이, 스튜디오에만 오면 웃음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휘발되거나 동어반복에 머무른다.

콩트에서 ‘오피스 와이프’ 현상의 원인을 가족 간의 대화도 불가능한 한국의 긴 노동시간으로 지적한 제작진은 해결의 논의 대신 “꼬리치는 여자 사원이 문제”, “남자들이 처신을 바로 해야 한다”는 패널들의 수다로 채운다. 왜곡된 노동시간 같은 구조적 모순의 해결보다는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식이다. 두 번째 코드 ‘인센티브’도 마찬가지다. 콩트를 통해 과도한 인센티브 제도가 오히려 집단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준 제작진은 ‘인센티브 제도의 단점을 알아보기 위해 녹화에 인센티브를 적용해 보겠다’며 패널들의 개인기 퍼레이드를 유도한다. 물론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장이 생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사회적 병리현상의 해결책을 개인의 도덕적 결단에 맡기는 식의 수다와 맥락 없는 개인기로 메우면 의도는 희미해지고 웃음도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설탕발림도 지나치면 약의 효능을 죽이는 법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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