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한 로맨스>, 서로의 우주가 교차하는 순간
, 서로의 우주가 교차하는 순간" /> 6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드라마는 아니다. 대신 이 작품엔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날아오는 허허실실 너클볼 같은 매력이 있다. 불같은 직구에 비하면 한없이 느리고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그 밋밋해 보이는 볼이 잔뜩 긴장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삶에는 참 다양한 변화구와 게임의 방법이 있다는 것을. 가 몸속에 푸른 피가 흐르는 블루 시걸즈 광팬과 그 팀의 천적 레드 드리머즈의 주축 타자를 남녀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은, 악연으로 티격태격하는 로맨스의 공식에 맞춘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처럼 제 각각의 우주가 위계 없이 공존하는 세계의 가치를 주시해 온 작가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도는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비춰졌던 캐릭터들의 외양 아래 섬세한 내면이 드러나는 순간 빛을 발한다. 가령 실력만 믿고 오만한 슈퍼스타처럼 보였던 무열(이동욱)에게 있어 야구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된 우리는, 과격한 광팬 은재(이시영)가 블루 시걸즈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치유했는지 고백할 때, 교집합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그들의 우주가 비로소 교차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맞아, 야구는 가끔 사람을 구해”라는 무열의 말에 함께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리하여 자신의 세계 안에만 칩거하던 무열이 무심한 척 은재의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해주는 마지막 신은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기 시작한 이들의 다음 로맨스를 기대하게 만든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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