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L 코리아 >, 어정쩡한 타협 없는 출발
, 어정쩡한 타협 없는 출발" /> 1회 tvN 토 밤 11시
“훌륭한 로컬라이징이었다.”, “원작의 명성을 훼손했다.” 첫 회가 방송된 후, (이하 < SNL 코리아 >)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갈렸다. 같은 방송을 두고 이렇게 평이 나뉜 데에는 코너마다 완성도가 들쑥날쑥 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요컨대 장진이 맡은 ‘위크엔드 업데이트’를 위시한 일련의 정치풍자는 기계적 중립 대신 당파성을 숨기지 않는 과감한 비판을 택함으로써 원전의 미덕을 계승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호스트 김주혁의 영화배우로서의 경력을 소재로 한 ‘김주혁 비하인드’는 이미 < SNL >이 선보였던 코미디의 번안 수준에 그쳤고, 식상한 화장실 개그를 반복한 ‘SNL 디지털 쇼트’는 시간을 벌기 위한 사족처럼 느껴졌다. 날카로운 풍자가 프로그램의 날을 세울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쇼 전체의 퀄리티가 상승하진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할 점은, 미국식 유머가 짙게 배어 있는 < SNL >은 그 근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지화하기 쉬운 종류의 쇼가 아니라는 것이다. 37년간 축적된 원전의 성공신화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새로 시작하는 한국판 제작진에겐 오히려 짐이었을 것이다. 그 점을 감안하면 첫 회는 자잘한 단점들보단 그 성취에 더 큰 무게를 두고 볼만한 가치가 있다. < SNL 코리아 >는 한국에선 씨가 마르다시피 한 스탠드업 코미디를 부활시킨 것은 물론, 여론에 재갈을 물린 장본인으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을 적시하며 고(故) 김형곤 이후로는 보기 어려웠던 강한 수위의 풍자 코미디를 선보였다. 시치미 뚝 뗀 뻔뻔스러움으로 미국식 콩트 코미디를 소화해 낸 크루들과 호스트 김주혁의 활약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철저하게 합을 맞추지 않으면 불가능한 생방송 코미디를 NG 없이 해냈다는 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장진의 “어정쩡한 타협은 없다”는 말이 원전의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현지화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면, 그가 옳았다. 다소 부족했을지언정 타협은 없는 기세 좋은 출발이었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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