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이스>, 오디션의 한계를 깨부수는 영리한 방송
, 오디션의 한계를 깨부수는 영리한 방송" /> 금요일 밤 12시 Mnet
심사위원은 등을 돌리고 앉아서 출연자의 목소리만으로 그의 가능성을 평가한다. 출연자들은 노래를 부르기 전에 자신의 드라마틱한 사연을 더할 수도 없으며, 외모나 퍼포먼스를 통해 스타성을 보여줄 수도 없다. 오직 ‘노래’만이 이들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는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형을 상기시킨다. 범람하는 오디션들 속에서 스타가 될 기회는 오히려 점점 희박해지고, 이러한 상황은 더 이상 이 대형 스타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흔해진 것과 동시에 방송은 음악 외적인 것을 통해 스타를 만들어 내고, 결국 시청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환상과 신뢰를 잃었다. 그런 점에서 의 해법은 다시 ‘노래’를 통해 경합을 벌이자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도는 순수하되, 는 마냥 순진하지 않은 방송이다. 당락이 결정되는 동시에 멘토가 결정되는 시스템은 심사위원들 간의 경쟁을 촉발시키며, 이것은 첫 회부터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역할과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도록 부추긴다. 요컨대, 는 출연자로부터 덜어낸 드라마의 비중을 심사위원들에게 전가해 보다 노련하게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컨트리 음악을 고집하는 블레이크 쉘튼과 장난스러운 프로듀서의 캐릭터를 발휘하는 씨 로 그린의 대조는 다분히 계획된 구성이라 할 수 있으며, 애덤 리바인과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자신의 캐릭터를 멘티 그룹에 투영시키며 방송의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그래서 는 하나로 엉켜 있는 음악과 예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따로 잡아 보이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그리고 이는 한계에 봉착한 수많은 방송인들이 주목해야 할 실험 보고서이기도 하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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