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 오래간만에 입증한 존재감
, 오래간만에 입증한 존재감" /> 금 KBS2 밤 12시 35분
유희열이 출연자를 소개했지만 무대는 여전히 암전이었다. 그리고 화면은 공개홀의 입구에서 객석으로 걸어 내려오는 양동근을 비췄다. 술렁이는 사람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호응을 이끌어 내던 양동근이 무대에 오르자 얌전한 얼굴의 관객들은 마치 힙합보이처럼 어깨를 들썩였다. 이런 방식의 연출은 (이하 ) 사상 전례 없이 파격적인 장면이다. 그 정도로 이 방송은 모험을 하지 않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이벤트도 좀처럼 없다. 그래서 방송은 종종 매너리즘의 위기에 봉착하지만, 그 한결같은 태도는 때때로 좋은 출연자를 만나 특유의 미덕이 되기도 한다. 덕분에 방송 출연이 드물었던 포맨은 피아노 앞에서 편안하게 자신들의 장기를 발휘했다. 열창하던 공유가 음정을 틀리고 멋쩍게 웃는 모습은 그가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호감을 유발하는데 백 마디 말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한 달 동안 코너 ‘만지다’에 이달의 가수로 출연해 온 아이유는 마지막 출연의 날 이문세의 ‘옛 사랑’과 함께 자신의 노래 ‘다섯째 손가락’을 불렀다.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의 요약본처럼 방송은 짧은 시간 동안에도 아이유의 가창력은 물론 뛰어난 감성과 평범한 매력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지난 회의 은 모처럼 ‘임자 만난’ 날을 맞이한 것인데, 그 중의 백미는 역시 양동근이었다. 토크와 예능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 음악을 선보일 기회조차 얻기 힘든 것이 요즘의 방송이다. 그래서 음악에 자신이 할 이야기를 이미 다 담아낸 뮤지션에게 공중파 방송 무대란 힘없는 인디 밴드에게 만큼이나 멀고도 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조명과 카메라 워크는 아쉬웠지만 양동근이 과거와 현재를 망라하며 춤과 노래를 선보일 자리가 이 아니면 어디에 있을까. 이로써 은 적어도 필요한 방송임을 오래간만에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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