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 정통 토크쇼의 힘
‘무릎 팍 도사’, 정통 토크쇼의 힘
‘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명사는 대개 그의 화려하고 때로는 위대하기까지 한 경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존경받는 것은 아니다. 경력이 단지 대단할 뿐이라면 감탄을 자아내는 데 그치지만, 경력이 바로 그 명사의 인품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흔치 않은 사례를 목도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그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어제의 ‘무릎 팍 도사’ 게스트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바로 그런 사례다. 법대 출신의 공무원이던 그가 영화진흥공사 사장 자리에 올랐을 때,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는 데 큰 실망과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문제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과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이였고, 그 진정성으로 영화계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 결과 은퇴할 무렵 영화인들이 되려 퇴임을 만류할 정도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진정한 경력이자 한국 영화사의 가장 위대한 기적 중 하나가 바로 그 은퇴 이후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퇴임 뒤 편안한 노후 대신 그는, 이미 60대에 가까운 나이로,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영화인들조차 실현불가능이라고 이야기하던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한 제 2의 삶을 선택했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축제의 아버지, 영화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영화인’이라는 존경스러운 경력의 출발이다. 영화제 15년의 역사를 이끌어오는 동안, ‘진심과 대화’라는 원칙에 술을 곁들여 사람에게 먼저 다가간 그는 올해 많은 이들의 박수 속에 사임을 했다. 아름다운 퇴장이란 말은 바로 그를 위한 표현이었다. 74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제 3의 삶을 생각하며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는, 한 분야의 거목의 압축된 자서전과 인간적 개성을 한 시간 분량 안에 대중의 눈높이로 볼 수 있다는 것. 이제는 초기의 도발적인 매력과 신선함을 잃었어도, ‘무릎 팍 도사’는 여전히 게스트와 그의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정통 토크쇼의 힘을 지키고 있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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