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스타’, 이런 아이돌이라니
‘라디오 스타’, 이런 아이돌이라니
‘라디오 스타’ 수 MBC 밤 11시 5분
김구라+신정환 /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 미모 = 김희철. ‘라디오 스타’의 세 번째 객원 MC 김희철은 김구라처럼 이적의 ‘3년 전 실수’를 언급하며 공격했고, 신정환처럼 싸이에게 “출연료도 도토리로 받아간다”는 무논리 멘트를 했다. 김희철의 ‘김구라식’ 멘트는 그가 이적과 싸이와 김구라의 팬이어서 가능하고, ‘신정환식’ 멘트는 다른 MC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잘생긴 젊은 아이돌(의 탈을 쓴 무엇)에서 오는 천진한 이미지 때문에 가능하다. 그가 김구라의 손을 만지자 김구라가 거부하는 모습은 과거 김구라-신정환의 티격태격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전의 객원 MC였던 김태원과 토니 안은 게스트를 공격하기 보다는 그 자신이 웃음의 소재였다. 다른 MC들과 호흡을 맞출 수 없었던 상태에서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MC와 게스트, ‘라디오 스타’를 모두 잘 알고 있는 김희철은 등장하는 순간부터 고정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며 객체가 아닌 주체 역할을 했다. 덕분에 ‘라디오 스타’는 멘트가 끊기지 않고 MC와 게스트를 오가면서 신정환 시절의 호흡을 일정부분 되찾았다. 싸이의 YG엔터테인먼트 계약으로 시작한 토크가 김구라의 재계약 문제로, 다시 김희철의 SM 계약 권유와 김구라의 “저도 양심이 있지” 멘트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던 ‘라디오 스타’의 재미를 되살렸다. 그 와중에 멘트마다 깨알같이 치고 들어가는 윤종신 특유의 활약도 되살아났고, 일반 대중에게는 음악계의 엘리트 쯤으로 인식될 법한 이적이 스스로의 술버릇을 고백하며 편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다만 신정환은 멘트를 툭툭 던진 뒤 예상한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아님 말고”의 자세로 유연하게 물러났다. 반면 김희철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기어이 했다. 그건 잘하면 그의 캐릭터가 될 수 있지만, 토크의 맥을 끊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 다음주에도 나올 거다”라는 그의 말대로, 그의 토크를 몇 번 더 보고 싶어진다. 김구라와 놀며 이적과 싸이를 걸고 넘어질 수 있는 SM아이돌이라니, 재밌잖아.

글. 강명석 two@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