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예능의 기본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예능의 기본" /> 화 SBS 밤 11시 15분
SBS 의 제작진은 사실상 철심장의 소유자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한 자리에서 풀어놓기 위해 이들은 감정의 잔상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나이 많은 후배와의 껄끄러웠던 첫 만남을 털어놓으며 SBS ‘영웅호걸’의 비하인드를 공개한 서인영의 솔직한 이야기는 곧 신동의 특별무대로 잊혀지고, 조혜련의 사랑 이야기는 정주리의 공연으로 희석되는 식이다. 여운이 남지 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언제나 프로그램의 가장 마지막에 배치되고, 결국 이런 이야기들이 강심장을 차지한다. 이런 방식의 진행은 언제나 을 산만하게 만든다. 그러나 요리와 요리 사이에 차를 마셔 입 속을 헹궈야 각자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의 패턴은 방송 전체에 하나의 흐름을 부여하는 대신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인 주제를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이 방송은 비록 전체적으로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해 내지는 못할지라도 조각들이 버려지지 않고 제 몫을 해낸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 있는 퀼트처럼 보인다. 비록 정면으로 ‘동성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SBS 를 언급하면서 성적 소수자들의 마음을 전한 홍석천의 모습은 이 아니라면 보기 힘들었을 담백한 장면이었다. 자극적인 소재로 시작해 감동으로 마무리 짓는 데니 안의 지나친 노련함이나 상처를 요약하느라 진심을 휘발시켜버린 듯한 박재정의 서툰 솜씨는 다소 불편했으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자리에 모으는데 있어서 균질한 공감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두 개의 좋은 이야기만 있어도 한 권의 를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은 여전히 볼만한 방송이다. 심장을 뒤흔들 강한 이야기는 없지만, 지루하지 않게, 불쾌하지 않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예능의 기본은 하고 있으니 말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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