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 여왕님이 되는 길
, 여왕님이 되는 길" /> 1회 월-화 MBC 밤 9시 55분
어느 드라마든 1회는 등장인물들의 전사(前事)와 세계관을 빠르게 개괄하며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을 예고해야 한다. 그러나 1회는 이 미션을 수행하는 게 다소 버거워 보인다. 극 중 퀸즈그룹 기획개발실 인물들과 ‘모태 솔로’ 한송이 상무(하유미)와 같은 캐릭터, 그리고 극 전체의 동력이 되어야 할 코미디는 가벼운 캐리커쳐로 일관한 탓에 무게감을 잃고 허공에 붕 떠 있었다. 반면 황태희(김남주)와 봉준수(정준호)를 둘러 싼 로맨스는 다소 남발된 배경음악과 늘어지는 편집으로 극 전반의 톤과 잘 어울리지 못 하고 겉도는 느낌이었다. 전작 이 남긴 기대치를 감안해 평하자면 배우들은 낭비되었고 연출은 평이했다.
그래도 1회에 마냥 박한 평만을 내리지 못 하는 것은 박지은 작가가 쓴 대본 때문이다. 박지은 작가의 대사들은 한 치의 양보 없는 핑퐁 게임처럼 옥신각신 맞물리도록 설계되었고, 꼼꼼한 디테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뻔한 클리셰마저 참신해 보이게 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태희와 태희 모(박정수)가 식탁 앞에서 주고 받는 몇 마디 대사를 통해 집안 분위기는 어떠하며 이들이 그간 무슨 일을 겪었는가를 경제적으로 설명해 주는 대목은 늘어지던 드라마의 탄력을 확 잡아당겨 준 순간이었다. 통통 튀는 코미디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전체적인 톤 조절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은 전작의 영광을 재현할 만한 충분한 재료를 갖췄다. 다소 실망스러운 1회에도 다음 회에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다.

글. 이승한 four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