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영어에 미치다>, 영어로 가정을 실험하다
, 영어로 가정을 실험하다" /> 스토리온 밤 12시 10분
프로그램의 제목이 노골적으로 시사하고 있듯이 는 자녀의 영어교육에 곤란을 겪고 있는 엄마들을 위한 방송이다. 그러나 이 방송은 영어 교육의 기본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대신, 이미 수많은 엄마들이 영어 교육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래서 서울대 출신 치과의사 아빠와 국제선 승무원 출신의 엄마가 암기와 회화로 대립하고 있는 어제의 출연자는 방송의 의도에 적합한 케이스였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 놓여 있더라도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아이의 가능성을 실력으로 치환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투입되고, 방송은 이 과정을 ‘4주 만에 영어 신동’이 되는 것이라 포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시간이 흐른 후 주인공 어린이가 겪은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방송은 방법의 효과를 입증한다. 그러나 방송에서 정말로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것보다는 영어를 좋아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써 아이들은 단지 성적이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성격적인 교정을 받게 되고, 이는 나아가 부모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실마리가 되어준다. 영어 실력이 우월한 아빠를 따르는 대신 아빠와 교수법이 다른 엄마를 무시하던 아이가 눈높이에 맞는 교육법을 제시하는 엄마와 함께 학습함으로써 친밀감을 갖게 되는 모습이야말로 방송이 만들어내는 소중한 순간인 것이다. “실수해도 좋으니 마음껏 말할 기회를 주라”는 전문가의 조언은 단지 영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는 겉으로는 효율을 추구하는 실용적인 방송을 표방하지만, 사실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의 바로미터라는 영어를 통해 가정의 문제를 측정하는 심리 실험이라는 다소 의외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사생활을 노출해 온 유명인들을 출연자로 물색하려는 최근의 경향이 다소 우려스럽다. 드러내지 않았던 진정성마저 퇴색된다면 정말로 영어에만 미쳐버린 방송이 되는 건 아닐까.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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