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탄생이 절실한 <해피버스데이>
" /> 월 KBS2 밤 11시 5분
개편이 된 지 3주, KBS 의 지금 상황은 “남자들이 여자들을 더 이해하고 도와준다면, 저출산 문제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가진 모순과 비슷하다. 정확히 말해,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이 문장처럼, 는 애초의 기획의도를 잊고 저출산이나 생명의 탄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식상한 토크쇼가 되어버린 것이다. 남편이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는 시간을 함께 기다려주며 부부와 가족,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기본 콘셉트를 버리고 흔하게 볼 수 있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콘셉트를 선택한 의 토크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구도와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10명이 넘는 인원이 앞을 보며 계단식으로 앉아 있는 세트의 구조는 SBS 을 연상케 하고, 부부의 차이에 대해 말하는 토크의 내용은 SBS 를 닮았다. 차트나 랭킹, 게스트들이 서로 설문지를 작성해 폭로하는 방식 등을 이용한 코너 역시 지금까지 수많은 토크쇼에서 보아왔던 것들이다. 그런 기시감 속에서 게스트들은 여자와 남자로 나뉘어 산만하게 서로를 공격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우종완이 정말 중요한 질문이라며 “여자들은 청결한 척 하면서 화장실은 왜 그렇게 더럽느냐”고 물으면, 이혜정이 발끈해서 “남자 화장실이 더 더럽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소변기의 구조니, 화장실의 상태니 하는 의미도 없이 불편한 대화의 내용이 싸움처럼 오간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를 통해 서로의 관계 회복을 끌어내고자 했던 대화의 의도는 한 발자국도 진전하지 못한 채로 말싸움 같은 토크는 반복된다. ‘재탄생이 필요한 남자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개편이라지만, 지금 정말로 재탄생 해야만 하는 것은 라는 프로그램 그 자체다. 애초에 피곤한 한 주를 시작한 월요일 밤에 TV에서까지 말싸움을 보고 싶을 리 없지 않은가.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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