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스캔들>, 볼수록 심상찮은 드라마
, 볼수록 심상찮은 드라마" /> 10회 KBS2 월-화 밤 9시 55분
은 볼수록 심상찮은 드라마다. 사극으로서의 리얼리티나 품위를 유지하려고 애쓰면서도 대사례 중계 장면처럼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순간에는 넘치지 않는 균형감이 있다. 성적지상주의와 정경유착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노골적으로 풍자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악인을 처단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임금의 입을 빌어 말하는 장면에는 진정성이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넓다. 그리고 그 때문에 종종 이야기는 명료하고 호쾌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 더디게 진행되고, 흐름은 산만해 진다. 그러나 의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와 같은 지점들이 단점이 아닌 특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주연들의 사건이 느린 걸음을 하는 동안 유생들이며 박사들까지도 캐릭터는 하나하나 각자의 얼굴을 갖게 되었고, 그런 작업은 결국 공간의 공기를 생생하게 만든다. 공기를 세공하는 일은 초반에는 그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속도감과 긴장감을 포기한 대신 공들여 다져놓은 그 작업은 인물들의 작은 눈짓과 입매를 포착하게 한다. 울며불며 달리고 구르지 않아도 맥박과 한숨이 들리는 이 순간, 드라마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 가장 절묘한 지점이다. 게다가 윤희(박민영)의 고민으로 재신(유아인)은 번민하고, 선준(믹키유천)은 고뇌에 빠졌다. 큰 이야기를 위해 지난한 굽이를 지나는 이 대목에서 로맨스는 적절한 당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향한 무거운 울림과 청춘들의 사소한 표정들이 뒤섞여 아슬아슬하고 종잡을 수 없지만, 그렇기에 자꾸 다음을 기다리게 만든다. 사극이든, 성장물이든, 수사물이든, 청춘 드라마든, 이 드라마의 최종 모양새가 무엇이든 이젠 상관없다. 한번 갈 때까지 가 보자.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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