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챔프>, 담백하고 개운한 첫 회
, 담백하고 개운한 첫 회" /> 첫 회 SBS 밤 8시 50분
첫 회의 느낌은 담백하고 개운했다. 사건과 갈등 위주의 빠른 전개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강박관념 없이 인물들의 일상 속에서 내면을 드러내며 차근차근 캐릭터를 구축해간 드라마의 정공법이 주효한 까닭이다. 융통성 없고 냉철한 의사 연우(김소연)는 “여자고 한국대 출신이 아니”라는 콤플렉스와 철없는 가족들 때문에 삶이 녹록치 않고, 포기를 모르는 불꽃 남자 지헌(정겨운)은 2인자다운 불운의 연속과 가족과의 상처 때문에 속이 만신창이다. 첫 만남부터 오해가 쌓이고 티격태격하는 로맨스물의 클리셰 대신 우연히 서로의 상처부터 목격하게 된 둘의 만남과 사연에 집중한 의 서두는 태릉선수촌이라는 본 무대에 진입하기도 전에 메디컬 드라마 고유의 테마인 ‘치유’를 향한 이야기의 큰 틀을 성실히 마련했다. DSLR 카메라 캐논 EOS 5D Mark II로 촬영했다는 화면은 그 이야기를 따뜻한 색감으로 감싸며 의학드라마의 차가운 느낌을 중화시키고 휴먼드라마로 톤을 조절했다. 바이코딘 대신 씹어 먹는 비타민을 삼키는 장면 하나로 닥터 하우스의 아류 캐릭터라는 지적에 장난스럽게 답한 도욱(엄태웅) 캐릭터 역시 차 속에서의 짧은 신만으로 주위의 편견에 천연덕스럽게 대처하는 만만치 않은 내공을 선보여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기획의도 중 인상적인 것은 ‘성공하는 자들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의 첫 회는 그 선언대로 인생역전과 성공담이 대세인 시대에 저마다 결핍을 지닌 인물들이 관계를 통해 치유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예감을 전해준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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