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 재개발 구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 재개발 구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 PD수첩 > 화 MBC 밤 11시 15분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은 시작부터 위태로운 계획이었다. 재건축 기간도 안 된 민간 아파트까지 강제로 포함시킨 무리한 계획, 편법으로 수정된 도시개발법, 3조에서 8조로 턱없이 부풀려 진 땅값까지,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이루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윤 발생이 어렵겠다 판단한 개발사가 땅값 지불을 미루면서, 31조 규모의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은 3년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여기까지는 뉴스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이미 몇 차례 다뤄진 이야기였다. < PD수첩 > ‘누구를 위한 용산 역세권 개발인가’ 편은 사업 표류로 인해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서부 이촌동 재개발 지구 주민들의 육성에 귀를 기울였다. 이주대책 기준일 이후 거래가 없어 3년 간 재산권 행사도 못 했던 주민들은 지어진 지 40년이 지난 노후화된 집조차 마음대로 수리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수용이 될지 모르는 탓이다. 상인들은 인근 회사들이 일찌감치 이전한 탓에 손님 없이 황량해 진 상권에 발목이 잡혔다. 주민들은 재개발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렸고, 그 사이에는 치유하기 어려운 감정의 골이 패였다. < PD수첩 >은 자칫 사태 분석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끝나기 쉬운 분석 위주의 시선을 피하고, ‘그 곳에 사람이 있음’을 힘주어 강조함으로써 대책 없는 개발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프로가 방영되던 날 컨소시엄의 실세 삼성물산은 코레일과의 힘겨루기 끝에 용산 사업에서 손을 뗐다. 코레일은 약속대로 4조원을 선지급해서 어떻게든 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인가조차 안 난 이 사업이 주민들이 겪은 고통을 어떻게 다 보상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이 곳에 사람이 있다’는 절규가 울려 퍼진 지 고작 1년 7개월. 자본은 그 사실을 종종 망각하는 거 같지만, 재개발 구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글. 이승한(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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