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여우누이뎐>, 여우도 요물도 아닌 어미의 이야기
, 여우도 요물도 아닌 어미의 이야기" /> 최종회 KBS2 밤 9시 55분
괴물은 없었다. 있었다면 그것은 인간의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다. 잠시나마 딸처럼 아꼈던 연이(김유정)와 아내 양부인(김정난)과 천우(서준영)를 연쇄 살인한 윤두수(장현성)도, 복수의 종결자인 초옥(서신애)도, 그리고 이 모든 비극의 각본을 창안한 만신(천호진)도 결국은 인간이었다. 구미호 분장보다 인간의 맨얼굴이 훨씬 더 공포스러웠던 의 최종회는 그렇게 구미호 모녀의 후련한 복수 대신 끝까지 인간들의 가련한 희생양이었던 그들의 아픔을 이야기의 결말로 택했다. “어머니, 저는 괴물입니까?”라는 이 드라마 최초의 슬픈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넌 대체 누구냐?” 추궁하는 윤두수에게 응수한 “나는 어미다. 네 놈 손에 새끼를 잃은 어미다”라는 구산댁(한은정)의 가장 인간적인 오열로 되돌아왔다. 역대 가장 인상적인 구미호 이야기로 기억될 이 작품은 비범한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극화시키는 묘수를 잘 터득한, 대중적 재미 면에서도 뛰어난 드라마였다. 인간과 괴물의 경계라는 호러물의 근원적 질문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간을 먹는 구미호 대신 여우의 간을 탐하는 인간의 이야기로 경계의 전복을 꾀했고, 중반 이후부터는 인간과 여우의 혼이 혼재된 빙의 모티브를 이용하여 주제의 일관성과 극적 재미를 동시에 획득했다. 이 작품은 또한 드라마 사상 가장 획기적인 아역 활용으로도 기록될 것이다. 어른 세대의 탐욕이 자식 세대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김유정과 서신애는 극의 투톱으로 활약하며 믿을 수 없는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 연기의 놀라운 스펙트럼을 가능케 한 은 요컨대 호러의 외피를 입었지만 가정비극, 사회극, 심리극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다층적이고 매력적인 텍스트였다. 하지만 구미호 모녀가 재회한 엔딩신의 슬픈 여운으로 보건데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역대 가장 가슴 아픈 모성 멜로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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