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애교만점> MBC 오후 7시 45분
임하룡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많은 기대를 했다. 희극배우 임하룡이 시트콤이란 장르에 도전하는 것은 나름 UV가 케이블채널에서 쇼를 갖는 것과 같은 지평을 여는 일인 줄 알았다. 허나 보면 볼수록 만점에 가까운 것은 과장된 웃음은 시트콤에 대한 고정관념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트콤의 중심 추는 임하룡-송옥숙, 예지원-김성수가 아니라 그 밑 세대이다. 즉 가족물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결국 청춘남녀들의 로맨스 라인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회 같이 러브라인이 드러나지 않는 스토리가 진행되는 날에는 각종 무리수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어제 방송에서는 수정(크리스탈)이 과외선생님에게 생일 선물을 하고자 하는 에피소드와 정 실장(정주리)과 예지원이 야동에 잠시 홀릭했던 에피소드가 벌어졌다. 3,700원으로 자전거를 사려든 수정의 고군분투기는 제작진도 웃음효과를 제때로 넣지 못할 정도로 황당했다. 가을동화의 패러디 야동이 `가슴동화`라는 정 실장의 대사에서 웃음 효과가 나오고, 이를 문학적이라고 하는 지원(예지원)의 대답에서 또 웃음소리가 터진다. 시청자들의 입에서 장탄식이 터지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웃음에 초점을 맞춘 에피소드 소화에 급급하다보니 <볼수록 애교만점>의 큰 흐름과 이를 관통하는 정서가 실종됐다. 그러다보니 시트콤의 생명인 캐릭터가 보이지 않고 웃음은 볼수록 사라지는 패착에 빠졌다. 시트콤의 미학은 과장된 웃음이 아니라 극본 속에 번뜩이는 재치와 반전이 돋보일 때다. 아이러니하게도 웃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이 시트콤이 가장 돋보이는 순간은 로맨스라인이 가동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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