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여우누이뎐>, 진짜 공포는 이제부터다
, 진짜 공포는 이제부터다" /> 12회 월-화 KBS2 밤 9시 55분
반환점을 돌아 온 은 한껏 속도를 높인다.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흘러 간 금수의 운명도 이젠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당하기만 했던 구미호들은 이제 뒤돌아서 매섭게 반격을 가한다. 많은 평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이 드라마는 그간 구미호 설화에 소수자에 대한 배척과 박해에 대한 이야기를 투영해 왔다. 구미호와 인간 둘 중 어느 쪽이 더 무시무시한 괴물인가를 묻는 이 드라마의 질문은 기실 ‘당신 안에도 양부인(김정난)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의 다른 버전이었기에, 이 알레고리는 드라마에 공포 외에도 죄의식의 층위를 한 겹 더해 주었다. 그리고 어제 방영분에서는 마침내 만신(천호진)과 구산댁(한은정)의 대화를 빌어 ‘너희는 타자이기 때문에 핍박 받는다’는 대사가 등장했다. 더 이상은 에둘러서 표현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이제 설명은 끝났으니 남은 4회는 더 빠른 속도로 달리겠다는 선전포고다. 제작진은 이 선언적인 대사를 기점으로 타자가 아닌 모든 이들을 n명의 양부인으로 만들어 놓고, 시청자들에게 양부인과 윤두수(장현성)가 얼마나 깊은 지옥을 맛보는가를 보여줄 것이다. 초옥(서신애)의 몸을 뒤집어 쓴 연이(김유정)가 윤두수를 칼로 찌르고 이빨을 드러내는 엔딩 신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피를 흘리며 허망한 표정을 짓는 윤두수의 표정은 흡사 ‘딸이었던 초옥이 알고 보니 연이였더라’, 혹은 ‘우리 중 하나인 줄 알았던 이가 사실은 내가 배척하고 박해했던 소수자였더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방송이 끝난 후 인터넷 관련 포럼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오늘 엔딩 신 통쾌하더라’는 의견들을 보며 엄습해 오는 공포는 아마 그 탓이었으리라. 이 엔딩을 보고 통쾌함에 박수를 치는 우리는 TV를 끄고 맞닥뜨리는 실제 세계에선 연이가 아니라 윤두수일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박해한 수많은 연이들은 언젠가 조용히 돌아와 반격할 것이다. 그 때도 우린 통쾌하다며 웃을 수 있을까.

글. 이승한(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