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애교만점>, 시청자에게 웃을 기회를 달라
, 시청자에게 웃을 기회를 달라" /> 74회 MBC 저녁 7시 45분
대부분의 시트콤이 가지고 있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 문제가 하나 있다. 극본, 연기, 연출이 온 몸으로 ‘시! 트! 콤!’이라고 외치는 바람에 정작 시청자는 그 코미디를 즐길 타이밍을 놓쳐 버린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겠다던 사람이 먼저 웃음을 터뜨려 버리면 김이 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지원(예지원)이 누군지도 모르던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이기광(이기광)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비스트의 열성적인 팬이 되는 에피소드 역시 그랬다. 아이들까지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이 ‘이모팬’으로 변신해 비스트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고 만나는 사람에게 마다 기광과 자신 사이의 사소한 만남을 대단한 인연으로 포장해 자랑하는 아이러니가 재미의 포인트였지만 정작 지원이 그렇게까지 달라진 이유는 개연성 있게 그려지지 않으면서 무리수로 남았다. 여진(최여진)이 술김에 규한(이규한)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떠들어댄 다음 날 당장 교수 사위를 보게 되었으니 잔치를 하겠다는 옥숙(송옥숙)의 호들갑 역시 그 사이에 있어야 할 최소한의 감정 변화 및 대화의 과정을 생략해버린 채 여진이 가족들과 규한 앞에서 궁지에 몰리는 순간만을 향해 밀어붙이는 식이다. 그래서 요즘 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초반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코미디가 아니라 비교적 일상적인 템포로 진행되는 여진-규한-영광(김영광)-바니(임바니)의 사각관계다. 규한이 여진의 가족들 앞에서 “저 이 여자 좋아합니다”라고 선언하는 순간, 여진에게 선물을 주러 왔던 영광은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오버 없이도 그들의 관계와 감정은 충분히 전달됐다. 남은 50부 동안 은 코미디와 로맨스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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