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표절에 관한 위험한 논의
, 표절에 관한 위험한 논의" /> KBS2 밤 11시 5분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이효리에게 표절한 곡을 제공했던 작곡가 바누스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어제, 은 이 문제를 중심에 놓고 표절이 횡행하는 동시대 한국 음악계를 진단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하지만 바로 그 타이밍, 즉 발 빠른 기획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을까. 어제의 은 너무 성급하게 2010년 한국 가요계에 대해 결론을 내리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명 그들이 취재한 수많은 평론가와 작곡가들의 제언대로, 현재의 한국 가요계가 장르의 종 다양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획일화된 트렌드 안에서 빠르게 히트곡을 생산해야 하는 환경에서 표절이 좀 더 잘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내포했다고 해서 2010년의 가요계가 과거보다 ‘못한’ 것은 아니며 쓰레기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방송에 나온 한 평론가는 김광석, 김현식 등을 발굴하고 음반을 구매해주던 좋았던 시절을 이야기하며 현재 시장에 대해 개탄했지만, 어떤 이상적인 과거를 설정하고 그로부터 멀어진 것을 퇴보로 규정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진행자 역시 곡을 쓰는데 10개월이 걸렸던 어느 원로 작곡가의 일화를 이야기했지만,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예술가적 자의식을 담은 곡은 순수하고, 트렌디한 곡을 컴퓨터로 분석하며 생산자적인 입장으로 만든 곡은 불순하다는 이분법은 철저하게 창작이 한 개인의 천재성에서 시작된다는 신화에 기반한다. 이런 이분법으로는 수많은 곡을 듣고 영향을 받는 현재, 과연 어떻게 표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는 생산적 논의 대신,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퇴행적 외침만 남을 뿐이다. 하여 이 반박이, 그들의 문제 제기가 좀 더 건강한 토론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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