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여우누이뎐>, 구미호는 아직 죽지 않았다
, 구미호는 아직 죽지 않았다" /> 5회 월-화 KBS2 밤 9시 55분
만듦새로만 말하자면 은 분명히 단점이 많은 작품이다. 스타일과 스케일로 무장한 사극을 맛 본 시청자들에게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특수효과의 수준이나 액션의 규모는 부정적인 의미로 인상적이다. 심지어 구미호라는 소재와 모성이라는 주제, 인간의 추악한 일면을 들추는 의의는 구태의연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시청자의 몰입을 놓치지 않는다. 방송 분량의 절반가량이 추적과 결투로 채워진 지난 5회 방송은 이들의 한계가 극명하기에 더욱 흥미로운 한 회였다. 각자 다른 욕망을 가진 인물들은 얽히고설켜 한 장소로 모여 들고, 이들은 다시 저마다의 복안을 숨긴 채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 과정은 완벽하게 팽팽하지 못했지만, 느슨해지는 순간마다 불쑥 드러나는 인물들의 욕망은 드라마의 긴장을 조여 주었다. 그리고 그 욕망의 크기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개인적인 까닭에 인물들은 서로가 가진 욕심의 크기를 감히 견줄 수가 없다. 모두의 욕망은 맨 손으로 만질 수 없을 정도로 절실하고 생생하다. 그래서 욕망들이 충돌하는 에너지는 정교한 캐릭터라이징이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없이도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을 만큼이나 강력해진다. 결국 이 드라마에 시청자가 집중하는 것은 화려한 연출과 실감나는 화면 덕분이 아니라 모든 인물이 모두를 의심하고 예민해져 있는 극 속의 분위기에 동화된 까닭이다. 문제는 긴장감이란 적응될 수 있는 감각이라는 점이다. 무너지는 순간을 위해 높이를 더하고 있는 이 욕망의 돌탑은 이제 겨우 3부 능선을 지났다. 얼마나 더 긴장을 가져 갈 수 있을지, 몰락의 규모를 어디까지 키워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다음 회는 궁금하다. 사실 ‘구미호’ 이야기로 이만큼의 흥미를 유발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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