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좋은 날>, 바람아 불어다오
, 바람아 불어다오" /> 117회 KBS1 월-금 오후 8시 25분
가족드라마의 갈등은 대개 ‘만나지 말라’는 말로부터 출발한다. 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대사 역시 그 말이다. 때로는 돈 봉투를 동원한 협박이고, 때로는 눈물을 동반한 간절한 호소다.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이 드라마의 모든 갈등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대한(진이한)은 최 회장(연규진) 때문에 아이까지 낳은 미란(이성민)과 헤어졌고, 현재는 아이를 찾으려는 그녀에게 자신의 가족을 만나지 말라는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다. 또한 만세(서효림)에게 상준(강지섭)과 헤어지라며 온갖 굴욕을 안겨준 연실(나영희)의 만행을 잊을 수 없는 선희(윤미라)는 상준을 불러 만세를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말한다. 민국(이현진)과 강희(김미숙)의 사랑 역시 만나선 안 된다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좌절된다. 이 가족극 장르 최대의 호러 대사의 이면에는 공고한 가족공동체를 위협하는 모든 시도에 대한 경계가 깔려있다. 계급차 때문이든 연령차 혹은 성정체성 때문이든 거기에는 안전한 기성 제도에 대한 도전을 불편하게 보는 보수적 시각이 존재한다. 좋은 가족드라마는 그 시각의 폭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만, 그렇지 않은 드라마는 그것을 극적 소재로만 삼고 가족주의 안으로 모든 갈등을 서둘러 봉합한다. 안타깝게도 은 그 후자 쪽에 속한다. 그를 위해 미란은 납득 못할 악녀로 그려져야 하고, 연실은 집안이 망해서라도 새 사람이 되어야 하며, 스무 살 오복(김소은)은 꿈마저 포기한 채 친모보다 진한 모성으로 육아에 전념해야 한다. 을 잇는 KBS 일일극 최고의 흥행코드인 캔디 스토리를 기본으로 하고도 결과는 강한 아내와 엄마로 훈육되는 수난기만 남으니 시청률은 답보 상태다. 더운 날씨에, 좋다는 바람은 좀처럼 불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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