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인간의 이야기로 들어온 <로드 넘버 원>
" /> 3회 MBC 수 밤 9시 55분
“아무 걱정 말어. 내 금방 갈껴.” 시장에 나왔다가 강제 징집된 사내는 달려오는 아내에게 애타게 손짓한다. 영문도 모르는 아내는 다 헤진 고무신을 손에 들고 맨발로 달려오다 그만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또 많은 약속들이 있었다. “꼭 살아서 돌아갈게.” 전쟁의 비극은 그렇게 조국과 민족의 거대 이데올로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평범한 인간들의 숨겨진 사연, 그 지키지 못한 약속들에 있다. 계급과 이념 문제가 뒤얽힌 애절 강박증에 걸린 주인공들의 멜로보다 국수 한 그릇을 나눠 먹던 가난한 부부의 이별이 더 슬펐던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전쟁이 주인공이었던 KBS 첫 회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한 은 3회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다. 윤삼수(최민수)는 “이제 어떻게 해야 됩니까?”라는 부하의 질문에 “미안하다. 나도 잘 모르겠다”고 고뇌하는 순간 전형적인 영웅 캐릭터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부상병을 돌보는 장우(소지섭)에게 “잘난 척 하지 말고 산 놈이나 챙기”라며 죽은 자의 무기를 거둬들이는 오종기(손창민)는 비열함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특유의 캐릭터를 구축한다. 똑같은 군복과 철모 아래 가려져 있던 인물들의 캐릭터가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은 기계적인 삼각관계와 대작 클리셰를 극복할 수 있는 이야기의 가능성을 내보인다. 관건은 주인공들의 캐릭터다. 장우는 낫에 베인 상처의 트라우마, “세상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종이었던 아버지 등 극적인 설정이 풍부한 캐릭터지만 수연(김하늘)만 외치는 통에 그 비극성이 크게 와 닿지 않으며, 남로당원 오라비(김진우) 등 격동의 시대 중심에 선 수연 역시 고전적 삼각 멜로 여주인공에 머물러 있다. 비로소 인간의 이야기로 돌아온 이 이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보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에 더 가능성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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