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 동화는 끝났다
, 동화는 끝났다" /> 마지막회 KBS2 목 밤 9시 55분
20회는 다소 길었고 1시간도 너무 길었다. 초반 밀도 있는 감정과 관계를 끈끈할 정도의 흡인력으로 그려냈던 는 중반에 접어들며 길을 잃었고 후반 은조(문근영)와 기훈(천정명)의 멜로로 다시 스퍼트를 냈지만 강렬했던 시작과 달리 끝은 미약했다. 기훈과 은조가 사랑을 확인한 뒤 효선(서우)에게 모든 것을 밝히기 직전, 기훈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 바람에 효선은 은조에게 기훈의 과거 잘못을 전해 듣는다. 그런 은조를 효선이 오해하고 비난하는 상황은 그동안 자매의 갈등에서 수차례 반복된 구조의 재현이었다. 언니 때문에 모든 것을 잃어왔다며 막무가내로 원망하는 효선을 따라가 붙잡고 화해하려 애쓰던 은조가 ‘결국 동화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걸까’라 자책하고, 돌아간다는 기훈의 말에도 정우(옥택연)의 뒤를 이어 은조가 대성 참도가를 훌쩍 떠나는 것은 재회 신을 위한 떠남일 뿐 오랫동안 은조가 꿈꿔 온 이 세계로부터의 탈출은 아니었을 것이다. 기훈을 그토록 사랑하면서도 “효선이를 잘 부탁해”라는 스페인어 편지 한 줄 달랑 남겨두고 가 버리는, 그러나 정작 그리 찾기 어려운 곳으로 도망치지는 않은 이들의 숨바꼭질은 절박하다기보다는 피로했다. 은조가 떠난 뒤에야 그 기나긴 애증의 시간을 가볍게 내려놓아 버리고 기훈을 포기하는 효선의 감정은 허무에 가깝게 흩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예상대로 기훈이 은조를 찾아내고 “사랑해. 나쁜 계집애”를 읊조리는 순간까지 채널을 돌릴 수는 없었다. 그것이 의 부정할 수 없는 마력이었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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