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 사극, 진보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
사극, 진보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 /> 1회 MBC 토-일 밤 9시 45분
왕이 없는 시대였다. 아홉 부족의 족장은 서로 힘의 균형을 이루되 다투지 않았다. MBC 새 사극 의 시대적 배경은 그래서 독특하다. 새로이 나라를 세운 건국시조에 대한 사극은 전에도 많이 있었다. KBS 과 , , 그리고 MBC 등이 그랬다. 이들 작품 대부분에서 주인공은 하나의 왕조가 끝난 난세를 평정하며 자신의 나라를 세웠다. 하지만 의 구야국은 평화로운 동시에 철기 문화로 상당한 부를 누리는 곳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제기하고 대답해야 할 질문은 ‘왜 왕이 필요한가’가 된다. 이것은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왕은 어떤 이가 되어야 하는가’를 물었던 MBC 의 그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야국 최고의 인망과 실질적 권력을 지닌 ‘천군’ 이비가(이효정)조차 굳이 왕이라는 상징적 존재가 되길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왜 모든 이의 위에 군림하는 절대군주가 등장해야하는 것일까. 하지만 어쩌면 가장 독특한 정치 사극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시대배경의 맥락 안에서 가 내세운 카드는 현재로서는 실망스럽다. 선대 ‘천군’ 주리선의 예언이나 황금알을 통한 신탁은 결국 배의 난파 속에서도 살아남은 김수로를 위한 것이겠지만 그것만으로 군주제와 권력의 탄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것은 과연 역사의 진보인가, 퇴보인가. 알 수 없지만, 가 이 흥미로운 질문을 품을지, 하늘이 점지해준 주인공의 영웅 서사에 그칠지에 따라 사극의 진보와 퇴보를 이야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