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굳이 페이크 다큐로 찍어야 했을까?
, 굳이 페이크 다큐로 찍어야 했을까?" />MBC 특별기획 ‘돈’ 목 MBC 밤 11시 5분
장세춘 씨는 돈이 싫다. 십 수 년 전 뺑소니를 당한 아내는 돈을 줍느라 정신이 팔린 사람들의 외면 속에 숨을 거뒀고, 자식들은 제사상 앞에서 유산 때문에 싸운다. 돈에 환멸을 느낀 장 씨는 “사람들의 양심을 실험하기 위해” 빌딩 옥상에서 돈을 뿌리기로 결심한다. 주워간 돈을 돌려달라는 광고를 냈을 때, 과연 돈은 얼마나 되돌아올까? 휴먼 다큐인 척 하는 ‘돈’은 사실 김현석 감독이 연출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돈’은 94년 문래동 채소상인 뺑소니 사건과, 97년 시청 앞 지폐투척 사건을 엮어 돈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뚝심 있게 그려냈다.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평화를 가장하는 장남과 차남, 돈을 손에 넣었을 때와 돌려줄 때의 반응이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배우 박철민의 내레이션으로 비꼬는 ‘돈’은 한 편의 훌륭한 블랙코미디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과연 이 주제를 굳이 페이크 다큐로 찍어야 했는가 하는 질문에 ‘돈’은 무력하다. ‘돈’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돈 뿌리기 실험에서 유의미한 것은 ‘2억을 뿌렸는데 1845만 원만 돌아왔다’는 수치지만, 이는 애초에 짜인 각본에 따라 연출된 픽션이다. 물론 이 액수는 실제 유사 사례 시 회수된 금액과 비슷한 비율로 책정되었지만, 제작진이 자의적으로 가정한 실험을 통해 메시지를 강조하려고 하는 순간 팩트와 픽션의 균형은 무너지고 긴장도 풀렸다. 제작진은 한 술 더 떠 “돈을 돌려준 사람보다 애초에 (뿌려진 돈을) 안 줍는 사람이 더 양심적인 거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스스로 실험의 맹점을 자백하고, “그의 행동은 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라는 말로 픽션을 방패 삼아 후퇴한다. 차라리 그냥 픽션이었다면 돈 앞에 사람됨의 조건을 묻는 묵직한 단편이 되었을 ‘돈’은, 팩트과 픽션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 한 탓에 그저 한 편의 잘 짜인 소동극으로 끝났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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