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토론 없는 난상토론
, 토론 없는 난상토론" /> 목 MBC 밤 12시 10분
토론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타파하겠다고 했다. “여러분 깜짝 놀라셨을 겁니다”라는 사회자의 멘트로 소개된 의 개편안에는 분명 흥미로운 지점들이 있었다. 특히 사회자에 의해 발언권을 얻고 토론에 참여할 수 있었던 기존의 방식을 벗어난 난상토론과 소주제에 따라 패널이 입, 퇴장을 하는 블록 구성은 선수들이 링에 계속 들어오는 프로레슬링의 ‘로얄럼블’을 연상시킬 정도로 역동적이고 극적인 토론 모습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러나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박영선 의원에게 상대편 패널인 주성영 의원은 “(그런 의혹을 제기하는 입장은)오바하는 것”이라며 국회의 결정에 대해 “믿고 승복하라”는 말로 초반부터 토론 자체에 의욕이 없음을 드러냈다. 경찰 실무 경험이 있는 표창원 교수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정의가 있느냐는 것인데 검찰이 여기에 불신을 준다”며 그 원인을 “1%의 정치검찰, 스폰서 검찰, 부패 검찰”에서 찾고 있을 때도 주성영 의원은 난상토론의 찬스를 이용하듯 토론의 맥을 끊고 “그렇게 말하면 시청자들이 못 알아 듣는다”며 논의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 버렸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점은 이날 방송된 의 납득할 수 없는 순간들에 있어서 주성영 의원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 지휘권을 사수하는 입장의 박인환 교수는 토론의 주제조차 파악하지 못해 사회자로부터 브리핑을 듣는 해프닝을 벌였고, 노명선 교수와 박인환 교수는 서로의 의견에 일치를 보지 못해 입장의 분열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회를 맡은 황헌 앵커였는데, 그는 진행의 개입을 최소화 하겠다는 서두의 선언이 무색하게 난상토론에 끊임없이 참여해 패널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토론을 개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동의 할 수 없는 의견에 집요하게 의문을 제기해 오히려 토론을 소모적으로 지연시키기까지 했다. 결국 토론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가장 기본적인 의견 대립의 수준에서 마무리 되었고, 은 의미와 재미를 모두 추구하겠다는 개편 취지와는 달리 기존의 역할마저 퇴색되어버렸다. 황헌 앵커는 습관처럼 “분위기가 뜨겁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개편에 대한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정작 지금 뜨거운 것은 제작진의 타는 가슴 속일 것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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