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 입이 틀어막힌 시대의 목격자
, 입이 틀어막힌 시대의 목격자" />< PD수첩 > 화 MBC 밤 11시 15분
정권, 재벌, 사학재단, 종교집단 등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고, 그 권력을 감시할 만한 장치가 없는 집단이 파국을 맞이하는 결말을 우리는 자주 목격했다. < PD수첩 >이 취재한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사태의 전말 역시 낯설지 않다. 제 호주머니를 불리기 위해 고객의 예금으로 고위험 사업을 벌이며 은행을 유동성 악화로 몰고 간 대주주, “대주주, 임원, 친족 및 특수관계에 대한 대출”을 금지한 상호저축은행법 37조를 피해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임원, 뇌물을 먹고 이를 눈 감아준 감시기관까지. 결국 사유화된 권력이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간 셈이다.

김환균 PD는 프로그램의 말미, “사이비 금융인들의 잘잘못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들을 비호해 온 감독 당국과 권력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이번 사태가 후진적인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잘잘못 규명과 금융 시스템 개혁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권력의 사유화를 제재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없다는 것이다. 불법 행위에 협조를 거부한 직원들은 위에서부터 압력을 받았고, 임원들은 자신들에게 부여된 권력으로 법망을 유린하고 감시기관을 제 편으로 돌려 세웠다. 정말 후진적인 것은 금융 시스템이 아니라 비판과 감시를 불허하는 권력구조였고, < PD수첩 >은 그에 대해 침묵했다. 물론 그것을 방송 중에 지적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남북경협을 소재로 삼았던 지난 주 방송이 결방 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담당 PD들이 줄줄이 인사조치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자처하던 오랜 친구가 사유화된 권력에 의해 입이 틀어 막히는 광경을 목격 중이다.

글. 이승한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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