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랑>, 타인의 고통과 마주할 때
, 타인의 고통과 마주할 때" /> ‘엄마, 미안’ MBC 금 밤 11시 5분
방송은 수술실로 들어가는 한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유경주 씨의 딸 4세 서연이. 그 작은 아이가 울음도 없이 병상 위에 덤덤히 앉아있는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그 위에 깔리는 ‘벌써 13번째 수술’이라는 내레이션은 보는 이의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다. 이어지는 화면이, 팔에서 채혈 받겠다던 서연이가 끝내 목에서 채혈당하는 장면을 비출 때 우리는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타인의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을 본다는 것은 그래서 늘, 한 윤리적 질문과 만나는 일이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 수잔 손택의 말처럼 이미지 속의 고통은 보는 이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자신은 안전한 곳에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하고 나의 고통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매체가 타인의 고통을 어떤 태도로 다루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자의식을 가지는 일은 중요하다.

은 적어도 그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연이의 고통을 비추는 카메라는, 지극한 슬픔을 억누른 경주 씨의 표정처럼 절제되어 있고 극적인 장면을 애써 연출하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에게 밀착한 시선만이 포착할 수 있는 순간들로 그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중환자실에 누워 엄마를 기다리며 좋아하는 이불을 만지작거리는 서연이의 손, 아픈 딸과 힘겨워하는 아내를 두고 일터로 가야하는 아빠 최영순 씨의 주저하는 걸음, 늘 의연해보였지만 남편이 떠난 뒤 고개를 숙이고 마는 경주 씨, 어른스러운 쌍둥이 남매 수연, 승훈이 집에 온 엄마를 보자 천상 일곱 살로 다시 돌아간 모습. 아픈 이와 그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가족들의 표정에 카메라는 신중하게 다가간다. 그러한 태도가 이 방송의 제목이 되기도 한, 울먹이던 서연이가 “엄마, 미안”이라 말하는 그 장면처럼 인물의 고통과 감정을 우리 자신의 것처럼 전달할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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