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 드라마틱하게 못 만든 스타 다큐
, 드라마틱하게 못 만든 스타 다큐" /> 1회 화 MBC every1 밤 12시
각본 없는 드라마 같았다. 박재범을 주인공으로 한 첫 회가 방영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프로그램은, 그냥 각본만 없었다. 방송은 비보이 연습을 하고, 볼링을 하고, 고기를 먹고, 뮤직비디오를 찍는 재범의 모습을 비추는데 급급할 뿐, 일상의 표피 내부로는 단 1㎜도 들어가지 못했다. 춤을 추는 모습을 찍는 것과 춤을 추는 의미를 드러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재범이 어려운 텀블링을 성공하기 위해 몇 번이고 반복할 때, 카메라의 시선은 멀뚱하다. 마치 ‘와, 잘하네’ 하고 지켜보는 관객처럼. 그게 얼마나 밋밋한지는 알았는지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재범’이라는 자막을 달아줬지만, 그보단 지금의 그에게 실수란 어떤 의미인지, 왜 자신을 던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지 물어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어쩌면 취재 환경의 한계 때문에 모아놓은 재료 자체가 부실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부족한 퀄리티의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걸 인정한다 하더라도 부실한 재료를 그나마도 맛없게 요리했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볼링을 하며 승부욕을 불태우는 그에게 ‘재범아, 안될 땐 쉬어가는 거야’라고 내레이션을 하거나, 식사 장면을 보여주며 한우와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한국사람 입맛이라고 감탄하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일상 속의 드라마틱함이란 그 조각들을 하나의 서사로 잘 구성했을 때 나오는 것이지, 과도해서 무의미한 의미부여를 하거나 뜬금없는 슬로모션을 시도해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다행히 그의 미소는 환했고, 덕분에 팬들에게는 꿈같은 50여분이었을지 모른다. 딱 그만큼을 의도했던 거라면 어제의 방송은 성공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허술한 방송이라는 사실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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