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퀴즈 클럽>, 선천적 불안을 안고 자란다
, 선천적 불안을 안고 자란다" /> 월 SBS 밤 8시 50분
고정 MC들이 문제를 제출하고 매주 새롭게 초대되는 게스트들은 정답을 맞힌다. 게스트들은 첫인사를 하며 간단한 근황을 전하지만 막상 퀴즈가 시작되면 개인적인 이야기가 끼어들 틈은 없다. KBS 이나 MBC , SBS 등 예능국에서 기획된 다수의 퀴즈 프로그램들이 결국은 퀴즈를 표방한 집단 토크쇼였다는 점을 상기할 때, 은 본격적이기에 오히려 흥미롭다. 게다가 이 방송은 고전적인 퀴즈 프로그램의 방식을 사소하지만 유연하게 수정할 줄 안다. 노출 빈도가 높을수록 정답 확률이 높아지는 넌센스의 특성을 고려해 고정 출연자를 출제자로 설정하거나 막간 마술 공연을 과감히 빼고 간단한 벌칙을 삽입해 경쟁에 긴장을 더해준 점은 제작진의 모니터가 게으르지 않음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모든 문제의 기준을 ‘농담’에 맞추고 김용만이 안정적으로 완급조절을 하여 출연자가 쉽게 문제 풀이를 포기하지 않게 하는 템포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게다가 ‘농담’이라는 이 방송의 코드는 시청자가 출제와 정답 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데에도 상당히 효과적인 콘셉트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은 태생적으로 불안하다. 시종일관 농담으로 일관하다보니 방송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클라이맥스가 부재하며 출연진이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기반조차 불분명하다. 말하자면 라디오 방송의 코너 하나를 무리하게 한 시간용 프로그램으로 확장한 것처럼 아이디어의 스케일과 구성의 규모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다. 결정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아이템의 고갈이다. 저속하지 않은 동시에 명료하게 설명되는 진부하지 않은 농담을 매주 여러 개 소개하는 일은 생각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다. 벌써 그 한계에 경고등이 켜 졌는지, 어제 방송에서는 넌센스가 아닌 사고력 문제가 출제되었다. 그리고 문제 풀이를 지켜보던 최은경은 “배고파요”라며 급격히 흥미를 잃은 모습을 보였다. 궤도에 오르기 전에 연료가 떨어질 위기다. 안타깝게도 선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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