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믿었네>, 드라마를 믿게 만들어야
, 드라마를 믿게 만들어야" /> 26회 월-금 MBC 저녁 8시 15분
남자는 25회에서 청혼을 하고, 여자는 26회에서 수락한다. 드라마 전체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니다. 남기(박상민)는 1회부터 경주(왕빛나)에게 마음이 있었고, 선우(오형탁)가 사라진 이후에는 더 노골적으로 경주에게 마음을 주었으니까. 그럼에도 경주의 수락이 뜬금없다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경주 캐릭터의 당위성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안에서는 전무와 비서 관계로만 지내자던 경주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남기는 경주가 복직한 첫 날 사내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청혼을 저지른다. 자존심이 강해 남기의 배려로 회사에 돌아왔다는 소문이 나는 것조차 극도로 꺼리던 경주는 실력으로 스스로를 입증할 시간도 주지 않고, 복직 첫 날 청혼한 남기에게 이상하리만치 아무 불만이 없다. 경주라는 캐릭터의 작동원리를 는 너무 쉽게 간과한다.

물론 자신을 꽃뱀 취급하는 임여사(오미연)와 화경(우희진)에 대한 반발과, 그간 진심을 보여 온 남기에 대한 믿음으로 내린 결정이라 생각하면 영 납득하지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려면 시청자들에게 경주의 복잡한 심경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못된 부자 클리셰 사전”에서 갓 튀어 나온 듯한 임여사 캐릭터는 상황을 상투적인 방향으로 몰아가고, 왕빛나는 애정과 분노, 긴장과 안도를 모두 엇비슷한 톤으로 연기한다. 주인공 경주의 인생역정을 극의 뼈대로 내세운 의 시급한 과제는 각본으로든 연기로든 시청자들에게도 그 파란만장함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브라운관 속 인물들이 아무리 열심히 고뇌한들, 시청자가 심드렁하면 그 수고로움이 다 헛되지 않겠는가.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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