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스페셜 >, 젊은이들을 위한 덕담
, 젊은이들을 위한 덕담" />< MBC 스페셜 > ‘노인들만 사는 마을’ MBC 금 밤 11시 5분
설 연휴 사상 최대 해외여행객 수 기록. 최장 9일 간의 명절 연휴는 가족과 친지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는 커녕 해외로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었다. 덕담이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 총 37명의 노인들이 살고 있는 전남 고흥 예동마을의 8년을 기록한 < MBC 스페셜 > ‘노인들만 사는 마을’ 편은 그 어떤 설 특집 프로그램도 채워주지 못했던 어르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20년 동안 바람을 피우다가 병든 몸으로 돌아온 남편의 밥숟가락에 생선을 올려주던 송소순 할머니와 자신을 평생 “멍청이”라고 부르는 남편이 야속해도, 마을회관에 가는 길에서 남편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몇 번을 뒤돌아보던 송야심 할머니는 상대방의 흠을 덮어주고 아껴주며 살아가는 부부간의 정을, “80을 먹으면 이녁(내) 나이는 다 먹었다는 거야. 이제 ‘받아놓은 밥상(죽음)’이지”라던 김태인 할아버지는 죽음을 기다리는 의연한 자세를 보여줬다. 그들이 온갖 풍파를 견디며 살아온 세월이 빚어낸 힘은 원수 같은 남편을 다시 받아주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었다. 몸에 좋다는 약은 모두 챙겨 드시던 송대순 할머니는 예동마을을 가장 먼저 떠났고, 폐촌 위기설이 나돌던 예동마을에는 어여쁜 고사리 손이 입촌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게 인생이지만,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는 사람도 있는 게 또 인생이다. 그것은 예동마을 노인들이 허리가 굽고 얼굴에 셀 수 없는 잔주름이 생기면서 몸소 터득한 지혜요, 진리다. 제작진은 “우리 농촌공동체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라고 표현했지만, 결혼부터 부부로서의 삶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르신들의 육성을 통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고개들을 짚어준 이 다큐멘터리는 이번 설,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한 덕담 종합 선물 세트였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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