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 역전은 물 건너가나
, 역전은 물 건너가나" /> 30회 MBC 밤 9시 55분
구용식(박시후) 본부장은 퀸즈생활건강 사장이 됐고, 한송이(하유미) 상무는 무너졌다. 구용식의 승리다. 하지만 황태희(김남주)의 역전이라고 보긴 어렵다. 물론 한 상무의 결정적인 약점을 잡긴 했지만 그건 단지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 고된 현실을 피해 전남편 봉준수(정준호)와 함께 해외로 떠나겠다는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가 무모한 역전보다 현실 안주를 선택한 이상 ‘역전의 여왕’은 이미 물 건너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 실패한 속편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특별기획팀의 동료애가 그 빈자리를 채워줬기 때문이다.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오합지졸 직원들은 구용식 본부장 덕분에 “조금씩 성장하면서 꿈도 갖게” 됐다면서 그를 “믿을만한 사람”으로 평가했고, 인간관계에 서툴렀던 구용식은 ‘동거남’ 목영철(김창완) 부장과 동료애를 넘어선 우정을 쌓아갔다. 그래서 어제 방송분에서 가장 울컥했던 순간은 구용식이 기러기 아빠이자 말기암 환자인 목 부장을 위해 가족들을 한국에 초대했던 장면이었다. 그렇게 목 부장은 자신이 죽었을 때 울어줄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노래했다. 이제 남은 건 황태희의 선택이다. 봉준수를 따라 비행기에 오를지 혹은 커리어우먼으로서 재기에 성공할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무엇이 됐든 간에 황태희 본인을 위한 선택이자 결정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드라마는 끝내 역전할 수 없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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