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프린세스>, 연출이 손발수축을 구원할 지니
, 연출이 손발수축을 구원할 지니" /> 3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특정장르물이 전형적이라는 것은 부정적 평가가 아니다. 타겟을 확고히 하는 장르물은 그들이 기대하는 전형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야 할 의무를 가진다. 그 전형성을 비틀고 변주하는 독창적 상상력의 수작들도 있으나, 그것이 어려울 바에야 아예 그 전형적 판타지에 성실히 봉사하는 것도 장르물의 미덕이다. 그리고 는 과욕 없이 그 미덕에 충실한 드라마다. 설(김태희)은 억척스럽고 민폐기도 다분하나 로맨틱 코미디의 히로인이 갖춰야 할 사랑스러움과 긍정성을 지녔으며, 해영(송승헌)은 그런 그녀를 지켜주는 완벽한 왕자님이다. 화려한 변신과 신분 상승 욕망을 집약시킨 신데렐라 판타지 또한 절정이다. 각자 짝사랑하는 상대가 있는 상태에서 오해와 우연의 연속으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단계별로 그리는 과정에도 완급이 적절하다. 1, 2회에서 두 배우의 이미지 전시와 화장실 농담 같은 우습고 유쾌한 해프닝에 집중하며 팬들의 눈길을 끌고, 3회에서는 주인공의 아픈 내면을 드러내며 멜로를 탄탄히 전개하기 위한 감정선 구축에 공들이는 것처럼. 그 와중에 여주인공의 얼굴을 품에 안아 가려준 채 관중들 틈을 빠져나오는 남주인공의 모습이나 서브 주인공들과의 삼자대면으로 삼각관계의 전형적 긴장감을 재연하는 장면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이처럼 팬들의 판타지에 봉사하는 가운데 그 충실함으로 인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간들이 출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미덕은 그 전형성의 오그라듦을 절제된 연출로 중화시킨다는 점이다. 가령 설이 앨범을 빼앗으려 해영과 실랑이하다 침대 위로 함께 쓰러지는 신은 닳고 닳은 클리셰지만 카메라는 미묘한 성적 코드를 주입시키는 기계적인 클로즈업을 사용하지 않고 그들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만화같은 설정과 판타지를 최대한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그 연출의 묘가 의 전형성의 함정을 구원할 것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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