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대전>,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 수 SBS 오후 9시 55분
준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대를 예고하는 비디오 클립과 간단한 토크를 삽입한 컬투의 사전 녹화분량은 분명 생방송의 진행 사고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련된 장치였다. 큐시트도 없이 방송을 이끌어가는 김희철과 일 년 사이 부쩍 성장한 정용화를 비롯한 MC들은 부담이 줄어든 만큼 노련하고 안정적인 진행 솜씨를 선보였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하고 신중하게 준비되었어야 할 가수들의 무대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끝도 없이 말썽을 일으킨 음향사고는 사전 리허설의 충실함을 의심케 했고, 끈질기게 산만한 카메라는 과연 같은 방송국의 와 인프라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전체적으로 ‘공장’이라는 안일한 콘셉트와 출연진의 특색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획, 상상력이 결핍된 무대부터가 기대 이하의 수준이었지만 그런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지적할 여력이 없을 정도로 은 기본이 망가진 쇼였다. 순서에 쫓기듯 노래를 부르고 사라지는 가수들은 그저 출연진의 볼륨을 과시하기 위해 동원된 것처럼 보였으며, 그 와중에 장르 편중을 방지하기 위해 섭외된 가수들 역시 시대착오적으로 진부했다. 마치 노래방에서 ‘본전’을 생각하며 간주도 뛰어넘고, 2절은 생략하며 최대한 많은 노래를 불러보겠다는 다짐처럼 이 방송에는 가수에 대한, 그리고 무대에 대한 어떤 존중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합동’ 공연의 의미를 제대로 소화한 GD&TOP과 세븐의 무대는 마이크 사고로 얼룩졌고, 타이거 JK의 노래는 무례하게도 광고에 허리를 잘렸다. 방송사마다 진행되는 연말 결산 프로그램을 위해 가수들은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스케줄을 소화한다. 시청자들은 비슷비슷한 무대를 보고 또 본다. 그렇다면 적어도 방송사에서는 공연을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모욕을 느끼지 않게 할 최소한의 의무는 있다. 전율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진심과 정성을 느끼게는 해 줘야 할 것 아니냔 말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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