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토크쇼는 라디오가 아니다
, 토크쇼는 라디오가 아니다" /> 월 KBS2 밤 11시 5분
누나가 6명이라 연애를 하지 못하는 남자, 음치라서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지 못하는 엄마, 비뇨기과에서 일하다보니 남자불감증에 걸린 여자. 가 소개하는 시청자들의 사연들은 참으로 소박한 것이다. ‘저요저요’에서 게스트에게 던지는 질문도 비슷하다. 아내의 눈과 강호동의 눈 중에서 무엇이 더 무서운지, 게임하다가 밤을 샐 때와 이 나이 먹어서도 엄마한테 혼날 때 중에서 언제 더 철이 덜 들었다고 느끼는 지를 묻고 답하며 나눌 수 있는 이야기란 대개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 정도다. 컬투 중심으로 진행되던 ‘전국고민자랑’ 코너가 게스트까지 포함한 MC진 모두가 고민을 맡아 소개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가 지향하는 토크의 수위와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동시간 대에 SBS 가 청문회까지 열며 게스트의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MBC 가 기획섭외식 토크를 통해 마음이 맞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는 온갖 세상사에 대한 잡다한 대화를 나눈다. 이렇게만 보면 가 가장 욕심 없고 소박한 토크쇼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는 셋 중 가장 욕심이 많은 토크쇼다. 초대한 게스트인 연예인 얘기도 해야 하고, 그걸 스튜디오를 채운 방청객들의 참여로 함께 나눠야 하는데다가 고민 신청자도, 시청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니 토크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주제 없이 가볍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서 토크를 끌어가려하니 대화에 끼어드는 대로 이야기의 맥락이 바뀌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소한 에피소드들로 주의는 산만해진다. MC나 게스트들의 순간적인 재치나 말장난에서 유발되는 단편적인 웃음이나, 소소한 사연에 적당히 공감하는 훈훈한 분위기만을 기대한다면 지금 그대로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을 원한다면 라디오를 듣지, TV를 볼 이유가 없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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