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대놓고 물어봐줘서 고마워
‘라디오스타’, 대놓고 물어봐줘서 고마워
‘라디오스타’ 수 MBC 밤 11시 5분
이 짤막한 쇼가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제 한 회는 ‘라디오스타’의 특징과 매력을 자연스런 흐름 속에서 하나하나씩 보여준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프리젠테이션 같았다. 쟁쟁한 인턴 DJ들의 경쟁 속에서 정식 DJ로 발탁된 김희철의 합류를 반기면서도 마냥 과거를 잊지 않는다. 부담스러울 법한 신정환 문제를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 ‘남다른 취미를 갖지 않겠다’는 윤리 선서와 같은 방식으로 비껴냈다. 누구나 궁금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는 것을 꼭 집어내는 ‘라디오스타’의 방식은 자기비판에도 여전히 유효했다. 그러나 ‘라디오스타’의 진한 사골 국물 같은 매력은 그 다음에 있었다. 강수지와 하수빈이라니. 현재 큰 이슈가 없음에도, 90년대 청순가련형 라이벌들의 출연이 궁금해지는 것은 ‘라디오스타’ 캐스팅의 정수 덕분이다. 이 청순가련형 언니들을 불러놓고 미심쩍은 눈으로 또 어떤 추억을 팔러 나왔냐고, 왜 리본 같은 걸 달고 그런 포즈로 살아왔냐고,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는 어땠냐고 대놓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은 그들밖에 없다. 이에 부응하듯 2년 활동하고 16년 만에 앨범을 낸 하수빈은 ‘노노노노노’를 부를 때의 산들바람과 같은 추억 속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주술사의 기운을 가진 카운셀러의 말투와 모습으로 작은 반전을 주었고, 강수지는 수많은 동료 여가수들의 질시와 하수빈에 대한 자신감, 특히 이지연의 에피소드를 서슴없이 이야기 했다. 추억도, 반성도 이렇게 풀어낼 수 있는 ‘라디오스타’는 조금은 지독해보이지만 세상만사 모든 것을 웃음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쇼다.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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