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맛 납니다>, 그분의 순한 표정 기대됩니다
, 그분의 순한 표정 기대됩니다" /> 132회 MBC 저녁 8시 15분
는 불황 시대의 가족드라마가 사는 법을 잘 보여준다. 극의 갈등은 행복의 조건이 물질이냐 사랑이냐, 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고, 이야기는 당연히 모든 걸 포용하는 가족애로 귀결된다. IMF 체제하의 가족극들 역시 같은 경향을 띠었던 것을 보면 불황을 견디는 가장 큰 힘은 여전히 가족이라는 신화다. 다만 이 드라마가 독특했던 것은 그 모든 갈등의 중심에 자리한 폭군 가장 장인식(임채무)의 존재였다. 자수성가를 평생 자랑으로 여기고 “일과 가정밖에 몰랐으며” 물질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두는 이 독선적인 남자는 부권실종 시대에 홀연히 재등장한 무소불위의 가부장이었다. 그리고 극의 가장 큰 재미는 이 구식 캐릭터가 응당 함께 지녔어야할 무게와 품격을 갖추지 못한 데서 나왔다. 툭하면 “질 떨어지게”를 연발하지만 질이 떨어지기로는 단연 돋보인 인물이 바로 그다. 스스로 주장하는 가장의 권위와 애정결핍증세의 미숙아 같은 행동의 괴리는 이 인물을 근래의 가족극에서 가장 모순적이고 인상적인 아버지 캐릭터로 각인시켰다. 어찌 보면 의 긴 여정은 이 폭군 아버지의 개심기로 수렴된다. 어제 그는 가족이 모두 떠나 휑뎅그렁한 어두운 거실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며 울먹이다가 또 한 번 장렬하게 실신했다. 그리하여 오늘 마지막 회만을 남겨둔 극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민수(김유미)의 임신 소식도, 창수(권오중)의 성공기도 아니고 인식의 눈물어린 회개 장면이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가족극 진리의 밥상머리에 둘러앉은 그가 보여줄 순한 표정이 사뭇 기대된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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