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의 발견>, 300번째 발견
, 300번째 발견" /> KBS2 화 밤 1시
도종환 시인은 낭독의 의미에서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신기한 일이다. 한쪽은 일방적으로 소리 내 읽고, 상대방은 오직 듣기만 하는데도 정말 그렇다. 듣는 이를 위해 좋은 글을 고심하며 골랐을 읽는 이의 설렘과 그 목소리에서 수줍게 피어오르는 문장들의 생명력과 듣는 이의 겸손한 귀 기울임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무대에는 있다. 이 나직하고 느릿한 프로그램이 7년이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는 건 갈수록 일방향이 되어가는 TV에서 아직 남아있는 소통의 한 가능성이다. 문정희 시인은 그 시간의 의미에 대해 “속도의 시대에 쫓기다가 우리가 찾아야할 본질 같은 게 고여 있는 우물을 지켜낸 느낌”이라 평했다. 그동안의 느린 발걸음과 달리 일초도 낭비하지 않는 잰 걸음으로 60분을 꽉 채운 300회 특집은 어느 버라이어티쇼 못지않은 풍성한 무대를 보여주었다. 그동안의 역사를 스스로도 대견히 여기고 공들인 제작진의 노력이 전해진 무대다. 이날 낭독된 시와 소설 작품만 해도 15편. 지금은 고인이 된 전 출연자들의 낭독 장면까지 더한다면 총 20편의 작품이 그 소통의 한 가운데 있었다. 배우 김지숙이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독하며 글썽인 눈물은 듣는 이들의 눈에도 고여 있었고, 문태준 시인과 장주현 어린이가 조정인 시인의 동시 ‘방울토마토는 일곱 살’을 교차 낭독할 때는 모두가 ‘엄마 미소’였다. 그 목소리들의 울림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웃음과 가볍게 차오르는 눈물과 한 떨기 꽃송이 같은 작은 위로가 앞으로도 400회, 500회로 계속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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