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매>, 아내보다 자매
, 아내보다 자매" /> 첫 회 SBS 월-금 저녁 7시 15분
가족 드라마에는 캔디가 산다. 한때 트렌디 드라마의 단골 여주인공이었던 캔디들은 어느 순간부터 재평가된,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이라이자들에게 무대를 내주고 안전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 씩씩하고 착한 여주인공들의 수난기는 가족극 안에서는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공식이다. 그녀들이 약자일수록, 시련이 클수록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오래된 진리가 주는 카타르시스도 커지기 때문이다. 역시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유쾌한 홈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첫 회부터 일찌감치 예고된 이 극의 가장 중심적인 갈등은 막내딸 은주(조안)의 힘겨운 사랑 완성기이다. 남편과 사별한 뒤 씩씩하게 아들을 키우는 그녀는 영양사로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의사이자 원장 아들인 민우(송종호)와 사랑에 빠진다. 갈등의 기본인 계급 장벽에 그가 남편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라는 설정이 더해진다. 더구나 은주를 며느리감으로 탐탁치 않아했던 시어머니는 민우 모친의 친구이기도 하며, 아들이 죽은 뒤에도 은주를 하녀 부리듯 하는 못된 시어머니의 전형이다. 이쯤 되면 시청자들은 오랜 관습에 의해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할지 이미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막장이라고 욕은 먹을지언정 화려한 복수로 최소한 지루할 틈은 없었던 ‘아내 시리즈’가 끝난 뒤 SBS가 선택한 새 일일극은 이처럼 전통적인 KBS 일일극 스타일의 가족극이다. 새로울 것 없는 설정 속에서도 유일하게 눈에 띄는 것은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통과하고 있는 윗세대 세 자매와 아랫세대 세 자매의 병렬식 이야기 구조다. 캔디 막내딸의 수난기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서도 이 서로 다른 세대의 여성들 각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생동감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이 익숙한 이야기도 구원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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