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 지친 눈을 보라

, 지친 눈을 보라" /> 2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은조(문근영)가 “발톱 세운 고양이처럼 할퀴고 도망치려” 하는 건 아마도 본능의 영역일 것이다. 어머니 강숙(이미숙)의 남자들에게 맞고 추행을 당하고 궁극적으로 인생을 저당 잡히며 살아온 그녀에게 세상의 모든 호의는 가증스러운 거짓말일 뿐이다. 그래서 남자가 자신을 향해 웃으면 자신을 뜯어먹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이고, 언제 대성(김갑수)의 집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회 있을 때 (공부)해두려는 것”이라 외치는 그녀는 못되기 이전에 안쓰럽다. 그걸 알고 있는 건 역시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기훈(천정명)뿐이다. 아마 의 성패는 시청자 역시 기훈 같은 시각으로 ‘신데렐라 언니’ 은조를 볼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극의 중심에 선 이 안티 히로인이 앞으로 효선(서우)의 모든 것을 빼앗는 악행을 보면서도 미워하지 않게, 더 나아가 채널을 돌리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공감 요소이다. 중요한 건 이런 요소를 홈페이지에 적힌 기획 의도나 캐릭터에 대한 심리분석을 통해서가 아닌, 극 자체를 통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 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은조와 기훈의 화해도, 강숙과 대성의 혼인 신고도 아닌, 종종 클로즈업 샷으로 비춰지는 은조의 지친 눈이었다. 그 안에서 그동안 그녀가 느낀 삶의 피로를 가늠할 수 있다면 가 앞으로 쌓아올릴 스토리의 기초공사는 제법 탄탄하게 다져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